조유진 - 추상유희 / 抽象遊戲
검게 그을리고 설키고 얽히고, 흩날리고 너울진 캐스퍼 강의 작업은 시각적인 동시에 촉각적으로 다가와 다양한 감각을 아우릅니다. 지류의 질료적 실험이 감각적 형形과 결합된 작가의 추상은 무상無像의 상태를 이야기합니다. 캐스퍼 강의 무상은 모든 것의 덧없음이라기 보다는 의미의 가능성을 찾기 위한 비워냄입니다. 본래의 성질을 유추할 수 없을 만큼 해체되고, 또 이질적으로 결합된 작가의 촉각적 질료들은 고요한 정적을 깨우며 기존의 질서에서 자유롭게 해방됩니다. 그 사이의 풍경에서 떠오르는 에너지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이는 다시 채워짐의 가능성을 암시합니다. 의미를 지워냄으로써 궁극적인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추상적 경험은 익숙함을 깨고 꿈틀거리는 새로운 감각으로 강렬하며 부드럽게 다가옵니다.
조 유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