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표 - Semi-Improvisation, 2022
캐스퍼 강은 고전적 도상들을 병치시키는 작업에서 기표적 작업으로 변화해 나갔다. 그러한 작업들은 현재에 도달해 물성과 연소의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는 초기의 정교한 구성에서 벗어나 형상을 해체하고 재 조합하는 과정을 거쳐, 한지의 물성을 실험하는 작업에 도달하였다. 이 작업은 물성을 비워내는 과정에 대한 것인데, 태우기, 그을리기, 파쇄, 표백, 찢기, 해어짐 등 한지의 물성 자체를 해체하는 작업과정을 거친 뒤 그 흔적을 조형적 미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그의 회화적 조형미의 완성은 물질을 연소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작업 프로세스가 지니는 재귀 구조는 그의 세밀하고 통제되어 있는 감각에 생명력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통제성과 우연성의 경계를 평면에 새겨 넣는 것이다. 이는 물질의 자율성에 관한 실험이기도 하다.
이 두 행위적 선택의 사이에선 한 공간이 발생한다. 이 지점은 회화의 구조에 대해 관조하게 하며, 감상자의 감정적 공명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작품은 통제된 구성안에서 물질의 연소로 인해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조형이 결정되는데, 이것은 인간사를 관통하는 주제와 맞닿아 있는 것이다.
선종표